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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10 가을 - 6면] 2000만분의 일(3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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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-03-09 15:43 조회 6,943회 댓글 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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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0만분의 일 (3)

최금희 / 셋넷학교

(본 원고는 2006년 제1차 새터민 정착사례 수기 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으로서, 최금희씨의 허락 하에 연재 예정이다.)

“몇 살이에요?”/ “19살입니다” / “학생이네요?” / “네”

“학교는 어디 다녀요?” / “졸업했습니다.”

“무슨 일 해봤어요?” / 중국에 있을 때 한국음식점에서 일했던 기억이 떠올라

“횟집에서도 일해보고 고기 집에서도 일 해봤습니다.”

사장아저씨는 어설픈 서울말을 쓰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

“연변에서 왔어요?” / 순간 나는 “아닙니다. 강원도에서 왔습니다.”

얼굴은 홍당무가 되었고 죄인 된 기분이었다. 이러한 제 모습을 보던 사장은

“신분증 있어요?” “네”

나는 하나원을 나와서 발급받은 신분증을 보여주었습니다. 사장아저씨는 내 신분증을 한참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셨습니다.

“사람 구했어요.”

냉정한 한마디에 귀까지 새빨개진 얼굴로 돌아 나와야했다. 뒤에서 사장아저씨가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았고 길가는 사람들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. 집으로 돌아와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. 왜 눈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. 부모님은 이런 내 모습을 말없이 지켜만 보고 계셨다. 학원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도 말리지 않으셨고 돈을 번다고 했을 때도 아무 말 없으셨다. 그 일이 있은 후 3개월 동안 집에서 뒹굴 거리며 새벽 5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다 잠이 들어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. 눈을 뜨면 나는 현실을 도피하듯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세계로 빨려갔다.

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왔다.

“왜 그러니?” / “아니다.” / “왜? 한국 얘들과 싸웠니?”

“아니! 내가 왜 그들과 싸우니? 통일도 바라지 않는 얘들인데….”

“뭐?” / “학교에서 선생님이 통일 원하는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두 명밖에 없더라. 나머지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더라."

“왜?” / “통일되면 한국이 못 산다고… 그리고 북한 사람들 무섭다고….”

한번은 하나원에서 만난 친구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. TV에서 탈북한 사람들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. 그때 옆 자리에서 밥을 먹던 아저씨가 “탈북자들은 왜온대? 여기도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… 그리고 쟤네들 우리 세금 받잖아”

왠지 나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. 순간 화가 나서 몇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.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사람이 미웠고 뉴스에서 북한 사람이 국경을 넘는 모습과 대사관을 진입하는 격한 모습만 비춰지고 현재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여전히 탈북자라고 하면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들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것에 화가 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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