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2010 가을 - 4면] 가을편지 > 우물가 소식지

가을편지

정진현 클라라(서울대성당 사제회장)

가을이 되면 편지를 쓰고 싶다

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

감나무 잎에다 편지를 쓰고 싶다

그 동안의 외로움 모아

은행나무 잎에다 편지를 쓰고 싶다

그 동안 얼마나 쓸쓸했는지

단풍나무 잎에다 편지를 쓰고 싶다

그 동안 얼마나 슬펐는지

어느 나무 잎에나 편지를 쓰고 싶다

그 동안 얼마나 울었는지

나뭇잎 마다 편지를 쓰고 싶다

이 모든 걸 잘 이겨낸다고

커다란 나무 잎에다

커다랗게 써서 당신께 보내고 싶다